[서울삼성의원 칼럼]

암 치료를 마치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 경험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암 치료 후 우울은 암 환자 4명 중 1명에게 나타나는 흔한 반응이며,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습니다.
핵심 3줄 요약
① 암 환자는 일반인보다 우울증 발생 위험이 4~10배 높으며, 이는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②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암 담당 주치의에게 알리거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③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1577-9740)에서는 심리 상담과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항우울제는 대부분의 항암 계통 약물과 병용이 가능합니다.
암 치료가 끝났는데 왜 우울해지는 건가요?
암 치료 후 우울감이 찾아오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며,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자료에 따르면, 모든 암 환자를 통틀어 4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이 동반되어 있다고 합니다. 암 환자는 암이 없는 사람에 비해 우울증이 생길 위험이 약 4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높습니다.

우울감의 원인을 크게 나누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 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우울감이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인데요. 항암제에 의한 호르몬 변화로 쉽게 우울해지는 것은 신체적인 반응이고, 재발에 대한 두려움은 암을 경험한 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특히 치료가 끝난 직후에 우울감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치료 중에는 '이겨내야 한다'는 긴장감이 유지되지만, 치료가 끝나면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데다, 정기적으로 만나던 의료진과의 접촉이 줄면서 심리적 안전망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인 기분 저하와 우울증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암 치료 후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 자체는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2주 이상 매일 지속되면서 일상에 지장을 준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는 아래와 같은 자가 점검 항목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지난 2주 동안 아래 증상을 얼마나 자주 경험했는지 살펴보시면 됩니다.


이 항목들은 PHQ-9이라는 우울증 선별 도구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여러 항목에서 '거의 매일' 해당된다면 조기에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일시적인 기분 저하와 우울증의 가장 큰 차이는 기간과 강도입니다. 일시적인 슬픔은 좋은 소식이나 즐거운 활동으로 기분이 나아지지만, 우울증은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좋아하던 일에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수면·식욕·집중력 등 일상 기능 전반에 영향을 줍니다.
우울감이 암 치료에도 영향을 주나요?
우울증이 동반되면 암 치료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영향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통증이 더 심하고 오래 갑니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신경통이 생긴 분들 가운데 우울증이 있으면 통증이 더 강하게 느껴지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치료 의지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치료를 받으나 안 받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필요한 추적검사나 후속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면역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우울은 신체 면역 기능을 저하시켜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가족 관계에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의학적으로 치료를 더 받아야 하는 단계인데 치료를 거부하면서 가족과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암 치료 후 우울감은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치료 과정과 회복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건강 문제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암 치료 후 우울에 대한 도움은 크게 상담·심리 치료, 약물 치료, 생활 관리 세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래 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알아두시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는데요.
항우울제에 대한 걱정은 줄여도 됩니다. 간혹 항우울제가 암 치료에 나쁜 영향을 줄까 봐 복용을 꺼리는 분들이 있지만, 삼성서울병원 자료에 따르면 불면증이나 불안 치료에 사용하는 항우울제·항불안제는 항암 치료의 보조 목적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으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약물은 아닙니다. 다만 특정 항암제와 항우울제 간에 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암 담당 주치의에게 현재 복용 중인 약을 모두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는 암 치료를 마친 분과 가족을 대상으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영양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신체·심리·생활 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상담과 교육을 제공합니다. 센터 내 상담과 교육은 무료이며, 전국 지역암센터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산정특례 기간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도 보장되나요?
암 산정특례 등록 환자가 암과 관련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경우, 산정특례 혜택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산정특례는 등록일로부터 5년간 본인부담률을 5%로 줄여주는 제도인데요.

정신건강의학과를 처음 방문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요. 국가암정보센터에서는 "암 환자가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은 정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에 상담을 청하는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암 담당 주치의에게 먼저 기분 상태를 설명하면, 같은 병원 내 정신건강의학과로 연결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상태를 스스로 살펴볼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요?
암 치료를 마친 뒤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아래 세 단계로 나눠 확인해 보시면, 지금 어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됩니다.
✅ 경과를 지켜봐도 되는 경우
슬프거나 허전한 감정이 간간이 들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기분이 나아지는 상태
수면이나 식욕에 큰 변화가 없고, 일상생활(식사 준비, 외출, 간단한 집안일 등)은 해낼 수 있는 상태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취미 활동에 여전히 관심이 있는 상태
치료가 끝난 직후 일시적으로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감과 함께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아지고 있는 상태
⚠️ 진료를 권하는 경우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되면서, 좋아하던 일에도 흥미가 사라진 경우
불면이나 과수면이 계속되거나, 뚜렷한 이유 없이 식욕이 크게 줄거나 늘어난 경우
"나는 가족에게 짐이 된다", "살아봐야 뭐 하나"와 같은 생각이 반복되는 경우
예정된 추적검사나 진료를 자꾸 미루거나 가기 싫어지는 경우
이전에는 없던 잦은 짜증, 감정 폭발, 극심한 무기력이 나타나는 경우
🚨 빠른 진료가 필요한 경우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없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드는 경우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하거나, 며칠째 잠을 자지 못하는 등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
우울감 때문에 필요한 암 치료나 추적검사를 스스로 중단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경우
자해 충동이 있거나, 주변에서 위험하다고 느끼는 행동 변화가 나타난 경우
이런 상황에서는 암 담당 주치의,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